독서

채식주의자(한강 작가) 독서 후기

인카나 2025. 6. 9. 18:51

읽는 과정이 너무 괴롭지만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책, 채식주의자

 

얼마 전, 한강 작가의 '희랍어 시간'을 중도 하차하게 되어 '채식주의자' 만큼은 완독하자!는 마음으로 도전했다.

 

읽는 과정이 너무 힘들고 역겹고 괴롭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뭘까.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마무리하려고 하는 건가.

한강 작가의 책이라고 하니 일단 참고 읽어보자.

끝내, 다 읽어냈다.

 

각 챕터에서 나름대로 해석한 것들이 있으나 세 개 챕터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그래서 한 해석 영상 (바로가기)을 찾아보았고 덕분에 얄팍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채식주의자 - 영혜 남편의 시선

 

꿈 때문에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된 영혜.

그 누구하나 이해하려 들지 않고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 한다. 그것도 아주 폭력적으로 말이다.

 

영혜를 그저 '밥 주는 사람, 성적 욕구를 해소해 주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남편

고기를 못먹겠다는 영혜를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마치 문제를 떠넘기듯이 가족들에게 말해버리는 남편

그러한 남편에게 끊임없이 사과만 하는 영혜의 가족들

영혜의 뺨을 때리고 입 안으로 억지로 고기를 욱여넣는 아버지

 

그 어느 하나 폭력적이지 않은 장면이 없다.

그래서 챕터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중도 하차를 또 고민했다.

하지만 이 영혜가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궁금했고 응원하고자 하는 마음에 독서를 이어나갔다.

 

몽고반점 - 인혜(영혜 언니) 남편의 시선

 

영혜에게 몽고 반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영혜에게 성적 욕구를 가지게 된 인혜 남편(영혜의 형부).

예술을 한답시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다. 

 

몽고반점 챕터는 아주 역겹다.

'에이 설마, 사람이라면 생각이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인혜 남편을 믿으며 읽었다.

'아무리 정신적으로 힘들어도 아닌 건 아니라고 거절하겠지'라는 마음으로 영혜를 믿으며 읽었다.

그 결과 엉망진창 대잔치가 펼쳐졌다.

 

형부? 당연히 욕나온다. 하지만 이 현실에서는 그러한 일이 매일 같이 일어나고 있어서 놀랍지도 않다.

아니,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하는 놀라움은 늘 있다.

 

영혜? 아무리 많은 것을 내려놨다 한들 언니를 생각한다면 그러면 안됐다.

영혜의 행동에는 '형부 = 언니의 남편'이라는 생각이 흔적도 없는 듯 하다.

오히려 '이 와중에 성욕이 있다고?'라는 놀라움이 있었다.

물론 이 상황에서 영혜가 느끼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성욕이거나 다른 욕구일 수 있으나 뭐가 됐든 겉으로 보이기엔 그렇게 느껴진다.

 

그리고 둘이 선을 넘어버린 모습을 본, 인혜(영혜의 언니)

이 챕터의 최대 피해자이다. 정통으로 폭력을 당했다.

 

나무 불꽃 - 인혜의 시선

 

인혜에 의해 정신 병원에 가게 된 영혜는 본인이 식물이 되겠다는 말과 함께 모든 음식을 더 완강히 거부한다.

그러한 영혜를 인혜만이 돌본다.

 

인혜도 인혜 나름의 힘든 인생길을 걸어왔다.

거의 먹여 살리듯이 한 남편은 집안일은 물론 육아까지 하지 않았다.

예술을 한답시고 넘지 말아야 할 선도 넘어버렸다.

그러한 인혜는 꾹 참고 살아냈다. 아들도 지켜야 했으니 말이다.

 

이제는, 영혜까지도 돌봐야 한다.

고기만 먹지 않던 그녀는 식물이 되겠다며 모든 음식을 먹지 않고 병원에서 물구나무를 선 채 식물의 형상을 해 보인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그녀는 거의 한계점에 다다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이 들어오는 순간에는 엄청난 힘으로 거부한다.

 

영혜는 곧 생각과 말도 잃어 식물이 되기만을 기다리는데

인혜는 그 손을 놓아주지 못하는 듯하다.

 

모든 가족이 등을 돌렸지만 자기만은 지키겠다는 책임감인가?

어렸을 때 아빠의 폭력을 막아내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인가?

감히 인혜의 마음을 헤아릴 순 없으나 이 챕터 자체가 씁쓸하고 착잡했다.

 

그리고 식물(나무)이 되겠다는 영혜의 마음도 이해하기 어렵다.

어떤 포인트 때문에 식물, 나무에 꽂힌 것일까

 

끝끝내 이 챕터의 이름 '나무 불꽃'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랐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스스로 깨닫지 못해 해석 영상을 보았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시각에서 해석한 이야기도 듣게 됐다.

심지어 그 해석을 보았기에 '폭력'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해석 영상과 같이 이야기 속 메시지를 읽어내지 못한 내 자신에게 씁쓸함을 느낀다.

동시에 그 메시지를 찾아내기 위해 책을 한 번 더 읽어볼까 하는 작은 용기도 생긴다.

 

반대로, 메시지를 읽어내지 못했더라도 이 책에서 느껴지는 불쾌감이 작가의 의도 아니었을까 하는 나만의 합리화 독서를 해본다.

 

이번 주에는 저 해석 영상 말고도 다른 영상들도 찾아봐야겠다

 

2025년 열 번째 책, 채식주의자

반응형